[아이디어 경영] 펭귄 출판사, 텍스트에 디자인을 입히다
[아이디어 경영] 펭귄 출판사, 텍스트에 디자인을 입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5.15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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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레인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펭귄 출판사의 설립자이지만, 사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신, 상황 판단력이 빠른, 타고난 사업가였다. 언제나 기회를 빨리 포착하고, 위험 감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앨런은 출판업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꿈꿔왔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랐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품질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설립한 펭귄 출판사는 고전작품이 아닌 현대적인 작품을 페이퍼백으로 제작했다. 그 결과 전 세계인의 독서 습관이 바뀌었다.

16살 나이에 학교를 졸업하고, 삼촌 존 레인이 설립한 보들리 헤드(The Bodley Head) 출판사에 들어간 앨런은 삼촌의 출판사를 이어 받고자 출판 업계의 밑바닥에서부터 배워나갔다.

말단직원의 허드렛일부터 사무보조업무도 마다하지 않는 그였기에 입사 5년만에 보들리 헤드의 공동이사가 되었고, 그 이듬해 세상을 떠난 삼촌 부부의 뒤를 이어 출판사를 이끌게 되었다.

당시 영국 출판시장은 주로 빅토리아 시대 소설을 재발행하는 런던 출판업자들이 꽉 잡고 있었고, 거의 모든 책이 두꺼운 하드커버로 되어 있었으며,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룬 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격이 낮은 페이퍼백 책은 널리 보급되지도 않았고, 그나마 있는 페이퍼백의 디자인과 질도 대부분 형편없었다.

당시 1929년 미국발 경제 대공황으로 출판사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앨런은 몇 차례의 성공을 거두긴 했으나 여전히 출판사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기차가 역에 정차한 틈에 읽을거리를 사러 잠시 기차에서 내렸던 앨런은 가판대에서 판매중인 책들이 전부 무겁고 두꺼운 하드커버 책이나 옛 빅토리아 시대 소설들이라는 걸 보고 생각했다.

“아, 현대소설을 저렴하고 질 좋은 페이퍼백으로 출간해야겠다.”

페이퍼백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지만, 글씨 크기도 작고 다단을 사용하여 상당히 읽기 어려웠다. 게다가 책 표지 색깔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표지에 광고가 있어서 심하게 싼 티가 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앨런은 낮은 가격은 유지하되 디자인과 품질을 높여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책을 살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처럼 기차역 가판대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담배처럼 쉽고 편하게 살 수 있게’ 말이다.

그는 유통업체를 통해 권당 6펜스에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본인의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선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출판업자, 유통업자, 서점 등 출판 업계 사람들을 설득하는 어마어마한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시 출판 업계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했고, 혁신의 ‘ㅎ’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앨런은 이에 굴하지 않고 ‘펭귄’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뇌리에 박히는 동물을 브랜드로 내걸고 주황색은 소설, 파란색은 자서전, 녹색은 추리소설 등 컬러 코드를 만들었다.

또한 당대 작가들의 책들을 페이퍼백으로 만들어 출간하게 되었다.

이렇게 출간된 6펜스짜리 작은 책들은 날개를 돋은 듯 팔려나갔고, 문학계 인사들로부터 책의 대중화를 선도한다는 평을 듣게 되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앨런 레인은 1970년 세상을 떠났고, 그가 차린 펭귄 출판사는 국제적인 미디어 그룹 피어슨(Pearson)에 인수되었다.

오늘날 15개국에 지사를 두고 한 번에 5,000권 이상의 부수를 발행하는 거대한 펭귄 출판사의 시작은, 기차역 가판대 앞에서 “왜 책은 항상 커야만 하지?”라는 찰나의 아이디어였다.

아이디어가 돈이다
아이디어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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