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노동] 바나나 이자율... 그리고 장자의 '록 뮤직'
[창의적 노동] 바나나 이자율... 그리고 장자의 '록 뮤직'
  • 윤소원 기자
  • 승인 2020.11.19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의적 노동 [노동닷컴DB]
창의적 노동 [노동닷컴DB]

"돈이 없는 경제에 이자율이 존재할까?"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이같은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다양하게 대답한다. 뒤이어 묻는다.

"이자율이란 과연 무엇인가?"

많은 학생이 거시경제학 수업 등을 통해 이미 이자율에 대해 공부했지만,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이자율 개념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같은 원천적 질문을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이론이나 견해와 연결해 토의하다보면 이자율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본질, 금융과 시간의 관계 등에 대한 매우 깊은 사고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질문이 이어진다.

"바나나를 빌리고 빌려 주는 경우에는 이자율을 어떻게 정의할까?"

이어서 '바나나 이자율'을 어떻게 계산할지를 질문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실질이자율'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연이어 다음과 같이 묻는다.

"바나나와 지폐가 존재하고 시간은 오늘과 내일만이 존재하는 간단한 경제에서 실물이자율과 명목이자율, 인플레이션 간에 어떤 관계가 성립하는가?"

이는 화폐경제학에서 유명한 '피셔 방정식'을 머릿속에서 식으로 도출해 보라는 것이다.

강의는 이러한 '교수 질문-학생 생각의 주고받기' 과정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이슈의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다. 

학생들이 이슈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었다고 판단되면, 그와 관련된 정답 없는 문제를 추가적인 질문으로 던진다. 

이를 통해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입각하여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기하는 시도까지 해 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제들은 화폐, 금용, 이자율, 그리고 금융 시장과 금융중개기관(은행)을 포함한 금융제도, 포트폴리오 이론, 효율적 시장 가설, 금융 위기, 금융 위기 시 중앙은행의 역할 등 화폐와 금융에 관한 주요 개념과 이론들까지 폭넓게 확대될 수 있다. 

단, 수업에서는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학생들이 경제학 지식을 피상적으로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그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이에 입각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훈련을 통해 창의성을 계발하는 것을 보다 중요한 수업 목표로 삼게 된다. 

이 세상 이치에는 정답이 없을 때가 많다. 

"장자는 경제학 이론과는 어떠한 점에서 유사성이 있는가?"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라는 헤겔의 명제와 화폐, 금융 제도에 대한 경제 이론의 설명과의 유사성은?"

"영국의 유명한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노래 <Money for Nothing〉 뮤직비디오를 보고, 고소득 연예인의 고소득과 월스트리트 금융업 종사자의 고소득의 원천이 무엇인지, 불로소득의 측면은 없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펼쳐 보라."

과제로 던져진 질문들에 대해서, 처음에는 학생들이 경제학에서 널리 알려진 학설을 이용해 평범한 답을 써 내거나 서로 비슷한 답을 제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강의 중·후반부터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만의 창의적인 답을 쓰기 시작한다. 학생들의 리포트도 점점 더 길어지고, 보다 다양해진다.

기꺼이 일주일 내내 생각하여 과제를 작성하는 학생들도 늘기 시작한다. 강의 중반부터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도 패널티가 없는 '옵셔널' 과제로 과제 성격을 바꿔도 많은 학생이 계속 자발적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놀라운 창의적인 답들이 나오게 된다. 다양한 수식을 써서 경제학 모델을 만들어 발표하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Money for Nothing> 과제에 대해서는, 리포트를 랩으로 만들어 와 발표를 멋진 랩으로 만들거나 흥미로운 시나리오나 콩트를 만드는 학생들도 등장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