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노동] 창조형 수업과 돌화폐 섬에서의 일주일
[창의적 노동] 창조형 수업과 돌화폐 섬에서의 일주일
  • 윤소원 기자
  • 승인 2020.11.19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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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노동 [노동닷컴DB]
창의적 노동 [노동닷컴DB]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추락해 왔고, 그러한 하락 추세가 그 후로도 지속될 가능성은 10년 전에도 이미 매우 높아 보였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성장 위기'에 처해 있음이 명백해 보였다.

경제 성장 이론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성장 추락 현상의 근저에는 경제 발전 단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낙후된 교육이 도사리고 있음도 명백해 보였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창조형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창조형 인재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 대학에서 면밀한 플랜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음은 서울대 경제학과의 한 프로그램이다.

'창조형 수업'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화폐금융론'은 화폐와 금융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경제학 과목이다. 이 과목은 매주 화폐와 금융과 관련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주는 것으로부터 그 주제에 대한 수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일주일간 과제로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변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독창적 아이디어를 제기할 것을 권장한다.

화폐금융론 수업 첫 주의 주제는 '화폐'였는데, 다음과 같은 과제를 던져 주었다.

"밀턴 프리드먼이 쓴 《화폐경제학》 1장의 <돌화폐의 섬>을 읽고,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이론을 전개해 보라."

1960~70년대, 시카고학파를 대표하던 화폐와 거시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화폐경제학》의 첫 장을 복잡한 수식이 아니라 우화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앱(Yap)이라 불리는 태평양 상의 조그만 섬이 있는데, 섬사람들은 직경이 40센티미터에서 5미터 되는 돌바퀴를 화폐로 쓴다. 

섬사람들은 실물 거래에 돌화폐를 지급 수단으로 이용한 후에도 그 돌이 자기 것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에 만족할 뿐, 굳이 그 돌을 원래 주인의 집에서 자기 집으로 옮기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몇 세대 전 먼 섬에서 채취하여 가지고 오다가 바다 속에 빠뜨린 돌도 이 섬사람들은 서로 화폐로 인정하고 실물 거래 시 지급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화폐의 신비한 본질을 말하기 위해 이 우화 같은 돌화폐 섬의 이야기로 그의 화폐 이론을 시작한다. 본 화폐금융론 수업의 학생들도 이 우화 같은 돌화폐 섬 이야기로부터 수업을 시작하였다.

요즈음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할아버지 격이라 볼수 있는 돌화폐 섬 이야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 후, 과제로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단, 학생들 자신이 다른 수업에서 이미 배운 바가 있는 화폐에 관한 이론(예를 들어 거시경제학 수업 시간에 배우는 화폐의 네 가지 정의 즉, 교환의 매개 수단, 지불 수단, 계산 단위,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화폐)은 배제하고, 그것을 넘어서 이전에 들어 보지 못한 자신만의 새로운 이론 혹은 스토리를 스스로 생각해 내어 질문에 답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과제로 던져진 질문에 대해, 일주일 동안 깊이 생각하여 자신만의 생각, 창의적인 답안을 시도하고 발전시켜 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자가 이 수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특히 일주일이란 시간을 주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깊이 생각하도록 하고, 그러한 깊은 사고와 상상에 입각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기를 필자는 기대한다.

일주일의 상상이 지난 후 수업 시간,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생각하고 리서치해 온 자신만의 아이디어 혹은 이론을 수업 시간에 발표한다. 

다른 학생들이 발표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서 발표는 토론으로 발전한다. 수업은 이렇게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수행한 리서치에 입각한 '리서치 수업'과 이에 뒤이은 '토론식 수업'이 결합한 형태를 취한다.

과제나 토론에서 많은 경우 '정답'이 없음을 강조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해 준다. 

이를 통해 혹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오답'을 말하지나 않을까, '헛소리'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없이 마음껏 자유로이 생각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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