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노동]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토론과 글쓰기 중심 수업 '클래스프렙 시스템'
[창의적 노동]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토론과 글쓰기 중심 수업 '클래스프렙 시스템'
  • 윤소원 기자
  • 승인 2020.11.1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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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노동 [노동닷컴DB]
창의적 노동 [노동닷컴DB]

수업이 강의 대신 토론과 글쓰기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많은 근거가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의 교실과 강의실은 강의 중심이다. 그 이유는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또한 토론과 글쓰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토론과 글쓰기 중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웹기반 동료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클래스프렙(classprep)'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지난 4년간 수업에서 실제 활용해 왔다. 

클래스프렙은 예습을 위해 동료 평가를 사용한다. 사실 예습은 교수자에 의해 강조되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예습했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그 중요성에 비해 널리 사용되지 않는 학습 활동 중 하나다.

클래스프렙 활용 수업의 구체적 방법은 네 가지다. 먼저, 교수자가 해당 자료와 그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그 자료를 읽고 A4용지 한 쪽 분량의 글을 써서 게시한다. 두 번째로 자료를 읽고 논중적으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긴 궁금증이나 어려움을 남긴다. 세 번째로 다른 학생들이 올린 글을 3~6개 정도 읽고, 채점 기준에 따라 그 글에 대한 평가와 점수를 남긴다. 네 번째로 다른 학생이 나에게 남긴 코멘트와 채점 결과를 보내 주는데, 글을 쓴 학생은 동료들이 해 준 코멘트가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답변을 남긴다.

이 모든 활동은 익명으로 진행되며 컴퓨터에 의해 관리되고 결과물은 모두 데이터로 기록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은 깊이 있는 예습을 하고, 동시에 교수자는 학생들의 예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교수자는 학생들이 두 번째 단계에서 올린 질문을 정리하여 이를 수업 시간에 토론을 위한 질문으로 활용한다. 결과적으로 수업 시간에 강의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 학생들 간 그리고 학생과 교수 간의 토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극소수다. 필자는 클래스프렙을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서 활용해 왔는데,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동료 평가 및 점수를 단지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적에 직접 반영하였다. 

대부분의 선행 연구에서는 동료 평가 결과를 점수에 반영하더라도 과제 자체가 간헐적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그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강의계획서에 성적 산출 방법이 '동료 평가 50%, 기말 보고서 점수 50%'임을 명시하고, 매주 과제를 하게 한 후 그 기준대로 성적을 산출하였다.

지금까지 소개한 동료 평가를 이용한 예습 시스템은 수업에 적용된지 4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대학 수업에서는 물론 중·고등학교에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물론 개선되어야 할 점도 많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과제로 제시되는 질문은 물론 채점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동료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채점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부분은 교과목의 특성은 물론 개별 글쓰기 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설정하는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채점 기준과 함께 몇 개의 예시 답안을 제시하는 방안의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원칙보다 사례가 주어질 때 이해를 더 잘한다. 따라서 예시 답안이 몇 개가 좋은지 예시 답안의 점수 분포는 어떤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통계적 절차를 통해 점수를 보정하는 방안도 탐색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동료에 대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 이런 경향성을 찾아내어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시하는 한편 이런 성향을 고려하여 성적에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통계적 보정을 하지 않아도 여러 번 동료 평가를 할 경우 어느 정도 채점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글에 대해 통찰, 논리, 흐름 차원으로 평가하게 하고, 10주차의 글에 대한 동료 평가 점수와 교수가 평가한 최종 시험 점수 간의 상관을 살피는 연구도 있었다(참고 문헌: 배수정· 박주용, 2016). 이 연구에 따르면 세 차원의 점수를 다 합한 결과와 최종 시험 점수 간의 상관은 0.5 정도로 중간 수준이었다. 

하지만 통찰과 논리는 모두 0.7수준으로 비교적 높았다. 이 결과는 동료 평가를 여러 번 실시하여 그 결과를 통합하면, 교수자의 평가와 비슷함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언급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동료 평가를 통해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알수 있게 된 점을 좋아하였다. 

서술시 강의 평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코멘트는 "힘들어요!", “그래도 이런 수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등이다. 

이런 코멘트는 현재 별도의 글쓰기 수업 외에, 대학 전공 혹은 교양 수업에서 글쓰기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대학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이 보고서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점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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